[칼럼] 사과(謝過)와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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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과(謝過)와 타이밍
  • 오응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8.13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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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논설위원
오응환 논설위원

사과(謝過)로 풀어야 할 불만 사항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 서로의 관계가 영영 틀어져 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謝過) 과정을 이뤄가는 적절한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과(謝過) 과정을 만들어가는 적절한 타이밍을 갖지 못하여 합당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양측 모두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거리를 양산해 내기도 하고, 분노와 복수심으로 서로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1. 선사과(先謝過)

선 사과란 잘못될 행위를 예상하고 잘못된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사과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모임 중에 먼저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자리를 같이해 함이 마땅한 도리 이오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먼저 실례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처럼 집회나 회의 중에 먼저 자리를 떠야 할 때 잘못할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과란 이미 잘못돼 버린 행위를 인정하고 후회하면서 유사한 상황이 다시 준다면 다시는 그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선사과란 사과라기 보다는 양해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 사과의 형식을 갖추어야 할 때와 장소에서 선 사과를 하지 않고 잘못을 범하게 되면 무례하거나, 예의범절도 모르거나, 다른 참석자들에 대한 모욕이나 무시로 받아들여져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만다.

 

2. 즉각 사과(謝過)

즉각 사과란 어떤 잘못을 저지른 즉시 피해자라고 여겨지는 대상에게 잘못에 대한 선언과 함께 용서를 비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대상은 상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분명히 모를 수도 있다. 이 같은 즉각 사과는 피해자의 욕구를 헤아려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실망, 분노, 꾸지람 같은 감정적 대응을 피해 보거나 완화해보려는 의도가 짙은 사과이거나, 의료사고나 화재 사고처럼 황급히 수습해야 할 일이 벌어진 경우에 이루어지는 사과형식이다.

그런데 즉각적인 사과는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 정도나 충격을 헤아려보지도 않는 경박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거나, 가해행위를 너무 가볍게 여겨버리는 짓으로 보이거나, 너무 쉽게 잘못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피해자를 너무 가볍게 대하는 인상을 주어 반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잘못을 저지른 뒤 즉각 사과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인 사과라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을 다투어가면서 수습해야 할 일을 저질러버렸다면 즉각 사과하고 사태수습에 매진토록 해야만 더 큰 후환으로 인한 또 다른 사과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3. 느긋한 사과(謝過)

느긋한 사과란 피해의 정도, 피해의 의도, 피해의 보상 등등 피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나서 구체적인 사과 과정에 돌입하려는 사과 태도라 할 것이다느긋한 사과란 막연하게 시간 벌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넉넉하게 갖고자 하는 느긋함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느긋한 사과란 거짓행위, 배신행위, 노사갈등, 집단 간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에서처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해자의 해명은 어떠한지, 피해자의 입장은 어떠한지, 적절한 보상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향후 서로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지 등등을 차분하게 여유에 대해 논의해야 할 복잡한 과정을 필요할 때 이루어진다.

개인 대 개인이라 할지라도 피해자의 충격을 어느 정도 추슬러야 대화를 할 수 있는 느긋함을 갖추어야 할 경우도 허다하다. 복잡하고 심각한 사안일수록 사과를 위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으므로 느긋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양측 모두가 서로를 비난할 사항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성적 판단에 따른 사과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는 느긋함을 지녀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건처럼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모두 물러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세대 지도자들이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하여 사과와 화해를 해야 할 때의 느긋함도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잘못만 있다면 즉각 사과에 임하는 것이 옳다. 또 다른 느긋한 사과로는 피해 측이 가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가해자 측의 사과를 거절하거나 수용을 미루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고통을 주는 기간이 그만하면 됐다고 여길 때까지 느긋하게 벌로 사과 과정을 미뤄두는 것이다.

oj92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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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훈 2020-08-13 19:24:11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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