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르주 상드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추모의 글
상태바
[칼럼] 조르주 상드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추모의 글
  • 이정식 작가
  • 승인 2020.08.12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의 여인들은 상복을 입고 그녀를 애도해야
조르주 상드
조르주 상드

조르주 상드(1804~1876)의 본명은 오르로 뒤팽이다. 그녀는 당대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유럽의 대표적 여성 작가였다. 그녀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1822년 18세 때 카지미르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남편의 권위에 복종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결혼생활이 원만할 리 없었다. 결국 27세 때인 1831년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떠난다.

그 이듬해 1832년 그녀는 작품 『앵디아나』를 조르주 상드라는 필명으로 출판해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단번에 유명인사가 됐다. 여성 작가를 우습게 알던 당시 조르주 상드는 바지를 입은 남장을 하고 담배를 물고 문학 살롱에 드나들었으며 세인의 비방에 개의치 않았다. 필명 조르주는 남자 이름이다.

조르주 상드는 많은 작품을 썼는데, 그녀의 창작 속도는 발자크(1799~1850)에 비교될 정도였다. 그녀의 작품 가운데는 억압받는 여성 운명에 대한 것이 많았다. 그녀는 남녀평등을 주장했고 여성해방 운동의 길을 열었다.

그녀는 재혼을 하지 않았으나 남자들과 잘 어울렸고 젊은 남자들과 연인 관계를 갖기도 했다. 그 중 유명한 사람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과 시인 뮈세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그녀보다 나이가 어렸다. 같은 시기에 두 사람을 사귀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마담 보바리』의 작가 플로베르와도 우정을 나눴다.

조르주 상드는 만년에 노앙의 별장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며 조용히 지냈다. 그녀는 1876년 6월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도스토옙스키, 작가일기에 두 편의 추모글을 쓰다

도스토옙스키는 조르주 상드의 소설을 16세 때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에 대해 평생 존경심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1인 잡지 '작가 일기'에 실은  추모의 글에서 “지난날 이 시인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가”라며 “(그녀는) 가장 총명하고 굳세며 정의로운 대표적 지식인”이었다고 칭송하면서 “전세계 여인들은 지금 상복을 입고 그녀를 애도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조르주 상드에 대해 얼마나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날 이 시인은 나에게 얼마난 많은 환희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또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가! 나는 지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 말들을 당당하게 쓰고 있다. 그것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작가의 일기』 1876년 6월호 중 ‘조르주 상드의 죽음’, 이길주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그녀의 작품이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될 때는 1830년대 중반경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정확하게 언제 어떠한 작품이 처음으로 번역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때 큰 감명을 받았던게 틀림없다. 내 생각에 당시 모든 사람들은 청년이었던 나처럼 그 전형과 이상의 순결한, 엄격하고 절도 있는 이야기의 겸허한 어조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작가의 일기』 중, ‘조르주 상드에 관한 몇마디’)

유럽인들은 그녀를 여성의 새로운 위치를 선전하고 자유로운 아내의 권리에 대해 예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당연히 전 세계의 여인들은 지금 상복을 입고 그녀를 애도해야 한다. 그들의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대표자가 작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정신과 재능의 힘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여인이며, 그 이름은 벌써 역사에 남았다.” (작가일기, ‘조르주 상드에 관한 몇마디’)

조르주 상드는 당시 러시아의 소설에 강렬한 영향을 미쳤다. 벨린스키도 존경한 인물이었다고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조르주 상드는 소설, 희곡, 수필 등을 주로 썼는데 도스토옙스키는 그녀를 시인이라고 칭했다. 1인 잡지였던 『작가일기』가 아니었다면 그처럼 편안하게 조르주 상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글을 남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